영화 [남극일기]!
저는 이 영화를 좋아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두 배우인 송강호님과 박희순님이 함께 나오시기도 하죠.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박희순님이 누군지 몰랐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단지 '저 부대장 맡은 배우, 진짜 연기 잘한다! 누구지?' 하며 놀랐을 뿐입니다. 그렇게 영화 보는 도중에는 많이 놀라고 배우가 누군지 인터넷에서 찾아봐야겠다, 생각했으나 타이틀 롤이 올라간 이후로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당시엔 영화가 주는 스산함과 쓸쓸함 때문에 영화에 대해서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 강호님은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반 등 각종 등반 및 탐험을 성공한 탐험계의 전설적인 인물, 냉철한 탐험 대장 최도영 역을 맡으셨는데 나중에는 (아랫줄은 스포일러. 마우스를 긁어 주세요.) 점점 미쳐가서 부하의 죽음이고 뭐고 도달불능점에만 집착하다 결국엔 유지태만 남기고 대원들을 다 죽이게 되는, 그런 인물로 나오십니다. 강호님이 여러 영화에서 보여주셨던 유머 있고 따스하며 인간미 있는 캐릭터와는 많이 다르지요. 박희순님은 부대장 이영민 역입니다. 최도형 대장과 함께해온 베테랑 탐험대원으로 계속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최대장의 무리한 밀어붙임을 간절한 부탁까지 해가며 말리지만 지난번 탐험 때의 실수로 최대장에게 절대적 복종을 하는 입장이라 탐험을 중단시키기엔 역부족이 됩니다. 그러다가 그도 결국엔 조금씩 이상해지는데 라디오 카셋트를 신경질적으로 부수고 몸이 무겁다며 손가락 살점을 잘라내는 기이한 행동까지 보입니다.



이 영화는 극한의 상황에 놓였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어떻게 미쳐가는지, 그러면서 사람들 사이에 어떤 갈등이 생겨나는지......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며 심리 변화를 잘 관찰하고 가도 가도 눈 밖에 없는 허허벌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상황과 그 스산한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 감상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봉시 공포영화라고 홍보를 했지만 딱히 공포영화라고 하기엔 애매합니다. 무언가 임팩트를 주는 뚜렷한 사건은 없지만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잘 관찰하다보면 지루하지 않게 두시간이 지나갑니다. 6명의 대원들 말고는(특별출연 강혜정 빼고) 더 나오는 사람도 없는데 서로 물고 물리는 은근한 긴장감의 심리전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열개의 인디언 인형(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을 살짝 떠올리게도 하더군요. 별 스토리는 없는데도 상당히 볼만했습니다.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빨려들어가면서 봤으니까요. 송강호님, 박희순님, 윤제문님 등 연극 출신 배우분들의 내공 높은 연기를 보는 맛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제작비와 송강호님 이름값을 생각하면 심하게 실패한 편입니다. 송강호님이 출연한 영화 중에서 '복수는 나의 것'과 함께 가장 안 된 영화가 이 영화입니다. DVD 음성해설을 들어보니 관객들이 이해를 못하고 의문을 갖는 장면이 상당히 많았다고 합니다. 어렵다고 느꼈답니다. 그래서 감독과 배우들이 음성해설을 하면서 자조 섞인 농담으로 '이 장면을 뺐으면 100만은 더 들었을거야', '잘랐던 그 장면을 넣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흥행 실패가 너무 아쉽고 이해가 안간다고 어찌나 한탄들을 하는지... 특히 송강호님이 많이 아쉬워 하시더군요. 뉴질랜드에서 무척이나 고생하면서 찍으셨는데 흥행 결과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안 좋았던 것입니다. 나중에 명작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시죠.
저는 관객으로서 이 영화가 왜 그렇게 흥행에 실패했는지를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습니다. 일단 영화가 너무 어둡습니다. 이렇게 어두운 영화는 흥행에서 성공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어둡고 칙칙하고 우울합니다. 몰아치는 긴박감도 없습니다. 영화가 마치, 별다른 사건은 없는 칙칙한 심리 다큐멘터리...감동 코드를 뺀 '리얼 다큐'와 별 다를 바 없습니다. 흥행 요소라고는 송강호님, 그리고 광활한 설원 풍경의 남극 탐험 정도인데... 사람들이 보통 '송강호'라는 배우에게 기대하는 코믹함, 유머, 따스함과 이 영화에서의 강호님은 완전히 거리가 멀고, 남극 탐험이라는 이야기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스토리와도 이 영화는 거리가 멉니다. 어찌보면 흥행 실패는 당연합니다. 시대를 조금 앞서 갔다고도 할 수 있지요. DVD 음성해설을 들어보면 임필성 감독님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쯤이면 우리나라 보통 관객들이 이런 이야기도 받아들일 수 있을 줄 알았다고요. 다양한 한국 영화가 많이 나오던 때라서 이렇게 색다른 이야기도 될 줄 알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선 감동 혹은 코믹 혹은 액션이 없으면 흥행에 실패합니다. 어느 정도도 되질 않아요.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지요. 앞으로도 아마 그럴 겁니다.
원래는 강호님과 희순님이 한 화면에 있는, 영화 장면에서 뽑은 플짤을 올리기 위해서 '남극일기' 영화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조금 길어졌네요. 저는 영화 보고 와서 리뷰라고 할 수 있는 긴 포스팅을 한 적이 거의 없는데 영화나 음악이나, 문화 컨텐츠에 대해서는 할 말이 별로 없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재미있었어. 즐겁게 봤(들었)어. 좋았어. 괜찮았어. 아니면 그 반대의 낱말 몇개 정도 언급할 뿐입니다. 영화에서 그마나 제가 관심 있는 부분은 '사람'입니다. 영화 안의 캐릭터, 혹은 그 역을 맡은 배우, 혹은 영화를 만든 감독......사람에 대해선 할말이 조금 있죠. 음악은? 저는 정말로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 없으면 못산다고 할 정도로 많이 듣는 편이고 최신 락 음악도 여전히 챙기고 시디도 사고 있지만, 제게 음악은 '먹는 음식'과 같은 존재입니다. 딱히 할 이야기가 없어요. 분석하고 싶지도 않고요. 영화나 책보다 할 이야기가 더 없어요. 아주 좋다, 내 취향이다. 들을만 하다. 혹은 내 취향이 아니다...정도입니다. 음악은 제가 생을 이어나가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요소지만 매일 먹는 평범한 밥처럼 늘 함께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거리는 딱히 없는 것이지요. 음악에서는 '사람'을 찾지 않거든요. 시디 산 앨범인데도 뮤지션(그룹) 이름만 알 뿐, 멤버가 누구인지, 어떤 경력을 가진 어떤 사람인지 아예 관심 없을 때가 거의 다입니다. 반 이상은 앨범 속지도 들춰보지 않아요. 사실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음악 말고는 관심이 안 가는걸요. 시디를 사도 디스크만 꺼내 그저 음악만 들을 뿐이지요.
'남극일기'에 대해서 말이 길어진 것은, 이 영화는 스토리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라 '사람'이 중요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캐릭터가 중요하고 그걸 연기한 배우가 중요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할 이야기가 생겼던 것입니다. 그래봐야 리뷰 길게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지만요. 남극일기는 이대로 흥행실패 영화로 조용히 묻히기엔 안타까운 영화입니다. 놈놈놈으로 강호님 팬이 더 늘어난 만큼 사람들이 이 영화도 찾아서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소리나는 버전은 -여기-)
영화의 도입부. 탐험 대장 역의 강호님과 같이 연기하는 부대장 역의 박희순씨. (남극일기의 안경 부대장이 이 블로그 곳곳에 사진이 있는 [세븐데이즈]의 주인공 형사 김성렬, [얼렁뚱땅 흥신소]의 백민철과 동일 인물이라고 하면 백명 중에 아흔아홉은 놀랄겁니다. 꼬질꼬질해서 안경 쓰니 전혀 다른 사람 같잖아요. 저도 세븐데이즈 보면서 전혀 못알아 봤죠. 연극배우 출신의 영화 처음 나오는 신인인 줄 알았어요.)
박찬욱 감독이 희순님 연기에 진정으로 반했다는 그 씬. 신경질적인 내던지기와 짓밟기가 일품이죠. 물론 강호 형님의 저 후덜덜한 표정 연기는 두 말하면 입 아프고요. (박찬욱 감독은 박희순님 연기에 반해서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캐릭터를 희순님을 모델로 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지훈(비)이 연기한 그 영화의 남주인공 이름이 '박일순'입니다.)
아래 [접힘]에 있는 세번째 플짤에선 냉철 탐험 대장 강호님의 절정 연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강호 형님이 유머 없는 진지한 연기력을 보이시며 심각하게 나오셨던 영화는 둘 다 흥행에 실패했지만 행님의 연기를 보는 맛으로도 그 영화들은 볼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암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 짜증나는 무더위에 시원한 설원 풍경에 배우들의 연기까지 죽여주는 스산한 심리전 영화 한편 보지 않으시렵니까? 영화 [남극일기], 가까운 DVD 대여점 혹은 온라인 상영관을 찾아주세요~ ^-^
(DVD는 현재 82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http://www.smilenjoy.com/dvd/product/pView.asp?pCode=SD0507040004)
영화 정보: http://www.movist.com/movies/movie.asp?mid=8894
(*강호님의 연기 절정, 소리나는 세번째 플짤과 파일들은 아래 [접힙]을 클릭하면 나옵니다.)
nam01_272x136_no_sound.swf nam02_544x272_no_sound.swf nam01_272x136.swf nam03_320X136.swf
# by doorszombi | 2008/08/12 04:05 | 송강호 | 트랙백 | 덧글(12)
|
|
|

|
|
|
|
|
|
|
|